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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지 않을 용기에 대하여: 다시 읽는 <두려움 없는 조직>

진보당 이은주 2026. 1. 9. 20:36

작년 초, 선배의 추천으로 밤을 새워가며 읽었던 책이 있습니다. 에이미 에드먼슨 교수의 **<두려움 없는 조직>**입니다. 책장에 꽂혀 있던 그 책을 최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이 다시 느껴지기도 했지만, 두 번째 읽으니 행간에 숨겨진 현실의 무게가 더 깊게 다가오더군요.

 

저자는 병원과 기업 등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25년간 조직문화를 연구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명확합니다. "심리적 안정감이 없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단순히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어떤 문제를 제기해도, 심지어 치명적인 실수를 고백해도 모욕당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거라는 단단한 믿음이 있는 곳. 즉, 'Speak up'이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곳이죠.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세 가지 단계를 제안합니다.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재정의하는 토대 만들기, 리더가 먼저 "나도 틀릴 수 있다"며 몸을 낮추는 참여 유도하기, 그리고 실패를 비난하는 대신 그 가치를 인정해 주는 생산적 반응하기.

 

이론은 참 완벽하죠.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문득, 삐딱한 마음이 고개를 듭니다. "이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만 잘하면 되는 건가? 우리 팀장님은 절대 안 변할 텐데…" "그냥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성과만 잘 나오면 조직문화가 엉망이어도 다들 눈감아주잖아."

 

아마 직장 생활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런 회의감,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저자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뼈 아픈 조언을 던집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무조건적인 칭찬이나 방임이 아니라고요. 오히려 **'극단적인 솔직함'**과 **'투명함'**을 요구하는, 어쩌면 가장 고통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책 속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학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태도다."

 

우리는 과연 승리를 위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요? 실패를 피하는 데만 급급하면 당장은 안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가슴 뛰는 혁신이나 깊은 만족감은 영영 얻을 수 없겠죠. 설사 공개적으로 창피를 당하더라도, 내가 세상을 바꾸는 일에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그 뜨거운 보람과는 바꿀 수 없을 테니까요.

 

현실은 차갑습니다. 조직 내 문제에 대해 침묵한다는 사람이 70%에 달한다고 하죠. 하지만 제가 독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의 눈빛을 보면, 체감 수치는 그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다들 마음속에 사직서 하나쯤 품고 침묵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역풍을 거스르는 항해사'가 되어야 합니다. 우버(Uber)의 성희롱 폭로 사태를 보세요. 당장은 회사가 휘청거리고 타격을 입었지만, 그 용기 있는 고백이 미투 운동의 불씨가 되었고 결국 낡은 조직문화를 무너뜨렸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가장 고민되었던 지점이 있습니다.

"도무지 변할 기미가 없는 저 리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자는 호기심과 동정심, 헌신으로 다가가면 그들도 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저자의 그 확신에 100% 동의하진 못하겠습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던가요? 하하.)

하지만 아무리 견고해 보이는 성벽에도 틈은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몸담은 조직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변화의 지점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떤가요?

거대한 침묵 속에 머물러 있나요, 아니면 작게나마 목소리를 내고 있나요?

쉽지 않겠지만, 그 변화의 과정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애써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에는 '완결편'이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