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하나로 다 녹지 않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어제 아침은 유독 바람이 매서웠습니다. 주머니 양쪽에 핫팩을 하나씩 넣고 나갔는데도, 금세 손끝이 아려오더군요.
하지만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49재 현장에서 유가족분들을 마주하고는 차마 춥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의 마음은 이 계절보다 훨씬 더 시릴 테니까요.


새해를 맞았지만, 제 수첩에는 여전히 아픈 날짜들이 빼곡합니다. 아이파크 참사 추모제부터 이번 49재, 그리고 공무원노조 강승환 동지의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누군가를 기리고, 남겨진 슬픔을 곁에서 지켜봅니다.
"보고 싶은 우리 형, 그리운 우리 남편"
적힌 글귀가 바람에 거칠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 우리는 매번 비슷한 자리에서, 같은 슬픔을 반복하며 서 있어야 하는 걸까요? 사고가 나면 누군가는 처벌을 받고,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일터와 삶터가 '진짜 안전해졌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자꾸만 망설여집니다.
서류 위의 안전 수칙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먼저 들리는 구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정치는 거창한 담론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평범한 내일'을 지키는 일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선 이가 저녁에 무사히 가족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 그 당연한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이 길을 계속 걷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추모의 눈물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우리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운이 없어서' 일어난 사고라고 치부하지 않는 사회, 그런 사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먼저 바꿔야 할까요?
오늘 저녁,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안부를 한 번 더 물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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