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사람보다 먼저 갈 수는 없으니까요
어제는 이정희 대표님과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단한 명소를 찾은 것도, 배꼽 빠지게 웃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마음 한구석이 꽉 찬 것처럼 든든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던 초심을 다시 꺼내 본 기분이었거든요.
요즘은 정당 활동보다 진보 정책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데,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년 전 민주노동당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무상급식'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을 때, 우리 시선은 오직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만 가 있었습니다. 밥상 위의 평등만 생각했지, 정작 그 밥을 짓는 분들의 고단함까지는 깊이 살피지 못했습니다.
"그때 급식실 노동자들의 노동권까지 함께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요?"
대표님의 이 한마디가 참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20년이 지난 오늘에야 비로소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이름이 제대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정책 하나가 사람의 삶에 스며드는 데 이렇게나 긴 시간이 걸립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봄을 받는 분들만큼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들의 권리가 선명하게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저 메마른 '서비스'에 그칠지도 모릅니다. 법과 조례의 시선이 늘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화두인 '광주전남특별법'에 대해서도 걱정이 깊으셨습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보입니다. "법이 돈 앞에서 모든 것을 허용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어어' 하는 사이에 소중한 것들을 다 놓치게 된다"는 당부, 저 역시 깊이 공감했습니다.
효율이나 속도보다 중요한 건, 그 법이 우리 이웃의 삶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질문 아닐까요. 저는 이 질문을 놓치지 않으려고 매일 아침 신발 끈을 묶습니다. 거창한 구호보다, 우리 동네 골목에서 마주치는 분들의 목소리가 법전의 문구보다 더 힘이 세다는 걸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변화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건 아닌지, 혹시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옆에 있는 사람을 못 보고 지나치는 건 아닌지 늘 살피겠습니다.
내일 아침 길에서 뵈면, 여러분이 느끼는 '요즘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가 함께 만드는 법과 정책은 바로 그 이야기에서 시작되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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