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의 정치 이야기

그 많던 11조 원, 우리 동네 주머니로 들어옵니까?

진보당 이은주 2026. 2. 11. 20:58

그 많던 11조 원,
우리 서구 주머니로 들어옵니까?

광주·전남 통합,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질문

 

오전에 동네 경로당에 인사를 다녀왔습니다. 마침 TV 뉴스에서 '광주·전남 통합'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어르신이 혀를 차며 채널을 돌리셨습니다.

  "맨날 합친다, 만다 말만 시끄럽지… 우리한테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야 쳐다보제."

툭 던진 한마디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11조 원이니, 특별시니 하는 거창한 숫자는 넘쳐나는데, 정작 주민들은 내 삶이 나아지리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앞에서 "이번엔 다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지난 1월 2일 통합 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기대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1월 9일 시도민 보고회에서는 "재정·조직·권한 등 정부의 모든 것을 넘기겠다"는 말이 나왔고, 1월 16일에는 국무총리가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광주 정치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그 예산이면 우리 서구 묵은 숙원사업 몇 개는 해결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특별법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숫자가 쪼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 특별법 초안 — 보통교부세만으로 20년간 약 11조 원 확보 구조
📌 1월 30일 발의안 — 광주시 추산 약 6조 원 수준으로 축소
📌 국세 이양 조항 — 우리 법안에서만 삭제
※ 같은 날 발의된 충남·대전 특별법에는 양도소득세 교부 조항이 남아 있습니다.

지갑은 채워주지 않고 덩치만 키우라는 셈입니다.


  '서구'로 남으면, 돈도 권한도 없습니다

통합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우리 서구의 재정 자치권입니다.

지금 전남 22개 시·군은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습니다. 시 지역은 약 3,000억 원, 군 지역도 약 2,000억 원입니다. 그런데 광주 5개 자치구는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을 수 없습니다. 광주시가 받아서 나눠주는 조정교부금에 기대야 하는데, 그 평균이 866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구 27만 5천 명의 서구가 인구 8만 명인 전남 군 지역보다 쓸 수 있는 돈이 적은 겁니다.

전남 시·군 (인구 평균 8만)
2,000~3,000억
보통교부세 직접 교부
광주 서구 (인구 27.5만)
평균 866억
조정교부금 (간접 배분)

통합 뒤에도 '자치구'로 남으면 이 구조가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전남 시·군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지갑 사정만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꼴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 5개 자치구를 일반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구는 '서광주시'로. 이름만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독립적인 도시계획권과 재정권을 갖춘 기초자치단체로 서야, 전남 시·군과 대등한 위치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살림을 꾸릴 수 있습니다.

🏙️ 서광주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서구는 광주의 행정·금융 중심지입니다. 1990년대부터 도시의 주요 기능이 서구로 옮겨왔고, 지금도 광주 행정과 상업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역량 위에 독립적 재정권이 더해지면, 서광주시는 통합특별시의 행정·금융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광주시에 종속된 자치구라 도시계획 하나 자유롭게 세울 수 없지만, 자치시가 되면 서광주시 스스로 살림을 설계하고 주민 밀착형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됩니다.

  에너지 식민지를 막고, 일자리를 만들자

전남은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 1위(444.2GW) 지역입니다. 설비 용량만 6.6GW로 전국의 19%를 차지하고, 신안 해상풍력 8.2GW까지 완성되면 그 비중은 압도적으로 커집니다.

그런데 이 전기가 지금 어디로 갑니까? 초고압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올라갑니다. 전남은 전기를 만들고, 일자리는 수도권이 가져갑니다. 이것이 '에너지 식민지' 구조입니다.

💡 통합이 바꿔야 할 구조
전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전남에서 쓰는 RE100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RE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바로 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미 117개 기업이 입주 의향, 생산유발 효과 3조 5,000억 원.
전남이 에너지와 제조의 거점이 되고, 광주가 교육·생활·연구의 거점이 되는 역할 분담. 서광주시는 그 교육·생활 거점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서구는 광주의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곳입니다. 전남의 RE100 산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병원과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생활 거점. 서광주시가 이 역할을 맡아야 통합이 비로소 주민들의 실생활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특별법에서 재생에너지 인허가 이양, 에너지 미래도시 조성,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국가 지원 등 에너지 산업 핵심 특례가 줄줄이 불수용되었습니다. 산업단지 국비 지원, AI 집적단지 조성 특례도 거절당했습니다. 에너지 식민지를 풀 열쇠를 중앙 부처가 쥔 채 놓지 않겠다는 겁니다.


  서구 27만 시민의 목소리가 작아져선 안 됩니다

통합 의회 구성도 뜨거운 문제입니다. 현재 광주시의회 의원은 23명, 전남도의회 의원은 61명입니다. 그대로 합치면 84명인데, 광주는 인구 2.9만 명당 1석, 전남은 6만 명당 1석입니다.

광주시의회
23명
인구 2.9만 명당 1석
전남도의회
61명
인구 6만 명당 1석

인구 대비로 보면 광주 시민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서구에만 27만 5천 명이 살고 있는데, 통합 의회에서 이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문제입니다. 광주시의회가 "지역구 의원 정수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구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 의회 구성은 위헌 소지까지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원 정수 특례마저 특별법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통합 뒤 탄생할 특별시장에게는 재정·인사·인허가의 막대한 권한이 집중됩니다. 그 권한을 견제할 의회에서 서구를 비롯한 광주 시민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작아진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광주와 전남 어느 쪽도 소외되지 않는 균형 잡힌 의회. 이것이 통합의 전제 조건이어야 합니다.


  서구 구의원이 되면, 끝까지 따지겠습니다

통합,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용 없이 껍데기만 화려한 통합은 결국 주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예산과 실질적 혜택이 빠진 지방정부 확대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저는 아직 구의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서구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눈을 부릅뜨고 따져 나갈 세 가지입니다.
1 서구를 서광주시로 — 독립적 재정권을 확보해 전남 시·군과 대등한 살림을 꾸리고, 행정·금융 거점 도시로 키우자.
2 에너지 식민지를 막자 — 전남에 RE100 산단을 만들어 대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하고, 서광주시는 그 가족들이 살고 배우는 교육·생활 거점으로 만들자.
3 서구 27만 시민의 대표성을 지키자 — 광역의원 정수를 늘려 위헌 소지를 없애고, 균형 잡힌 의회를 만들자.

서구 구의회에 들어가면 이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겠습니다.

주민 여러분, 화려한 뉴스에 휩쓸리지 마시고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특별시'라는 이름표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우리 서구의 편안한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