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11조 원,
우리 서구 주머니로 들어옵니까?
광주·전남 통합,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질문
오전에 동네 경로당에 인사를 다녀왔습니다. 마침 TV 뉴스에서 '광주·전남 통합'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한 어르신이 혀를 차며 채널을 돌리셨습니다.
| "맨날 합친다, 만다 말만 시끄럽지… 우리한테 콩고물이라도 떨어져야 쳐다보제." |
툭 던진 한마디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11조 원이니, 특별시니 하는 거창한 숫자는 넘쳐나는데, 정작 주민들은 내 삶이 나아지리란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앞에서 "이번엔 다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AI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습니다 |
지난 1월 2일 통합 선언이 나왔을 때만 해도 기대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1월 9일 시도민 보고회에서는 "재정·조직·권한 등 정부의 모든 것을 넘기겠다"는 말이 나왔고, 1월 16일에는 국무총리가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광주 정치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그 예산이면 우리 서구 묵은 숙원사업 몇 개는 해결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특별법안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숫자가 쪼그라들기 시작했습니다.
| 📌 특별법 초안 — 보통교부세만으로 20년간 약 11조 원 확보 구조 📌 1월 30일 발의안 — 광주시 추산 약 6조 원 수준으로 축소 📌 국세 이양 조항 — 우리 법안에서만 삭제 ※ 같은 날 발의된 충남·대전 특별법에는 양도소득세 교부 조항이 남아 있습니다. |
지갑은 채워주지 않고 덩치만 키우라는 셈입니다.
| '서구'로 남으면, 돈도 권한도 없습니다 |
통합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우리 서구의 재정 자치권입니다.
지금 전남 22개 시·군은 정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습니다. 시 지역은 약 3,000억 원, 군 지역도 약 2,000억 원입니다. 그런데 광주 5개 자치구는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을 수 없습니다. 광주시가 받아서 나눠주는 조정교부금에 기대야 하는데, 그 평균이 866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구 27만 5천 명의 서구가 인구 8만 명인 전남 군 지역보다 쓸 수 있는 돈이 적은 겁니다.
| 전남 시·군 (인구 평균 8만) 2,000~3,000억 보통교부세 직접 교부 |
광주 서구 (인구 27.5만) 평균 866억 조정교부금 (간접 배분) |
통합 뒤에도 '자치구'로 남으면 이 구조가 고스란히 유지됩니다. 전남 시·군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는데 지갑 사정만 비교할 수 없이 초라한 꼴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광주 5개 자치구를 일반시로 전환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구는 '서광주시'로. 이름만 바꾸자는 게 아닙니다. 독립적인 도시계획권과 재정권을 갖춘 기초자치단체로 서야, 전남 시·군과 대등한 위치에서 예산을 확보하고 살림을 꾸릴 수 있습니다.
| 🏙️ 서광주시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서구는 광주의 행정·금융 중심지입니다. 1990년대부터 도시의 주요 기능이 서구로 옮겨왔고, 지금도 광주 행정과 상업의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역량 위에 독립적 재정권이 더해지면, 서광주시는 통합특별시의 행정·금융 거점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광주시에 종속된 자치구라 도시계획 하나 자유롭게 세울 수 없지만, 자치시가 되면 서광주시 스스로 살림을 설계하고 주민 밀착형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됩니다. |
| 에너지 식민지를 막고, 일자리를 만들자 |
전남은 전국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 1위(444.2GW) 지역입니다. 설비 용량만 6.6GW로 전국의 19%를 차지하고, 신안 해상풍력 8.2GW까지 완성되면 그 비중은 압도적으로 커집니다.
그런데 이 전기가 지금 어디로 갑니까? 초고압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올라갑니다. 전남은 전기를 만들고, 일자리는 수도권이 가져갑니다. 이것이 '에너지 식민지' 구조입니다.
| 💡 통합이 바꿔야 할 구조 전남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전남에서 쓰는 RE100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RE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바로 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미 117개 기업이 입주 의향, 생산유발 효과 3조 5,000억 원. 전남이 에너지와 제조의 거점이 되고, 광주가 교육·생활·연구의 거점이 되는 역할 분담. 서광주시는 그 교육·생활 거점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
서구는 광주의 학군과 생활 인프라가 집중된 곳입니다. 전남의 RE100 산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병원과 문화시설을 이용하는 생활 거점. 서광주시가 이 역할을 맡아야 통합이 비로소 주민들의 실생활로 들어옵니다.
그런데 특별법에서 재생에너지 인허가 이양, 에너지 미래도시 조성, 해상풍력 공동접속설비 국가 지원 등 에너지 산업 핵심 특례가 줄줄이 불수용되었습니다. 산업단지 국비 지원, AI 집적단지 조성 특례도 거절당했습니다. 에너지 식민지를 풀 열쇠를 중앙 부처가 쥔 채 놓지 않겠다는 겁니다.
| 서구 27만 시민의 목소리가 작아져선 안 됩니다 |
통합 의회 구성도 뜨거운 문제입니다. 현재 광주시의회 의원은 23명, 전남도의회 의원은 61명입니다. 그대로 합치면 84명인데, 광주는 인구 2.9만 명당 1석, 전남은 6만 명당 1석입니다.
| 광주시의회 23명 인구 2.9만 명당 1석 |
전남도의회 61명 인구 6만 명당 1석 |
인구 대비로 보면 광주 시민의 대표성이 크게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서구에만 27만 5천 명이 살고 있는데, 통합 의회에서 이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문제입니다. 광주시의회가 "지역구 의원 정수를 2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인구비례 원칙에 맞지 않는 의회 구성은 위헌 소지까지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의원 정수 특례마저 특별법안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통합 뒤 탄생할 특별시장에게는 재정·인사·인허가의 막대한 권한이 집중됩니다. 그 권한을 견제할 의회에서 서구를 비롯한 광주 시민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작아진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광주와 전남 어느 쪽도 소외되지 않는 균형 잡힌 의회. 이것이 통합의 전제 조건이어야 합니다.
| 서구 구의원이 되면, 끝까지 따지겠습니다 |
통합, 필요하다면 해야 합니다. 그러나 내용 없이 껍데기만 화려한 통합은 결국 주민의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예산과 실질적 혜택이 빠진 지방정부 확대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입니다.
저는 아직 구의원이 아닙니다. 하지만 서구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모른 척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눈을 부릅뜨고 따져 나갈 세 가지입니다.
|
서구 구의회에 들어가면 이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겠습니다.
| 주민 여러분, 화려한 뉴스에 휩쓸리지 마시고 함께 지켜봐 주십시오. '특별시'라는 이름표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 우리 서구의 편안한 저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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