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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돈보다 앞설 수 있을까? 이정희 전 대표님을 만나고 느낀 정치의 온도

법이 사람보다 먼저 갈 수는 없으니까요어제는 이정희 대표님과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단한 명소를 찾은 것도, 배꼽 빠지게 웃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 마음 한구석이 꽉 찬 것처럼 든든했습니다. 정치를 시작하던 초심을 다시 꺼내 본 기분이었거든요.요즘은 정당 활동보다 진보 정책 연구에 매진하고 계신데,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20년 전 민주노동당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무상급식'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었을 때, 우리 시선은 오직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만 가 있었습니다. 밥상 위의 평등만 생각했지, 정작 그 밥을 짓는 분들의 고단함까지는 깊이 살피지 못했습니다."그때 급식실 노동자들의 노동권까지 함께 고민했더라면 어땠을까요?"대표님의 이 한마디가 참 무겁게 다가왔..

"이어폰을 꽂고 섬처럼 서 있는 청년들에게" : 김태형 소장 강연 후기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김태형 소장 초청 강연 후기어제 진보당 광주시당이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진보정치대학’에 다녀왔습니다. 시대의 민감한 이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토론하는 이 자리가 벌써 우리 지역의 깊은 공부방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이번 달은 심리학자 김태형 소장님을 모시고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을 심리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어제 강의실을 가득 채운 분들은 주로 50대 당원 및 주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대화는 시종일관 '청년'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자녀 세대의 고통을 내 아픔처럼 느끼는 부모 세대의 간절함이 강의실을 뜨겁게 달구었습니다."1. ‘각자도생’이라는 슬픈 생존 전략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만 뚫어지게 보던 한 청년이 생각..

"핫팩 하나로 다 녹지 않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핫팩 하나로 다 녹지 않는 마음들이 있습니다어제 아침은 유독 바람이 매서웠습니다. 주머니 양쪽에 핫팩을 하나씩 넣고 나갔는데도, 금세 손끝이 아려오더군요.하지만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49재 현장에서 유가족분들을 마주하고는 차마 춥다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고 그 자리를 지키는 분들의 마음은 이 계절보다 훨씬 더 시릴 테니까요. 새해를 맞았지만, 제 수첩에는 여전히 아픈 날짜들이 빼곡합니다. 아이파크 참사 추모제부터 이번 49재, 그리고 공무원노조 강승환 동지의 1주기까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누군가를 기리고, 남겨진 슬픔을 곁에서 지켜봅니다."보고 싶은 우리 형, 그리운 우리 남편"적힌 글귀가 바람에 거칠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왜 우리는 매번 비슷..

치평동 도서관의 멈춰버린 47일,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나요

치평동의 47일, 당연한 진실을 기다리는 마음오늘 아침에도 치평동 도서관 공사 현장 앞을 지나왔습니다. 멈춰버린 크레인과 굳게 닫힌 가림막을 볼 때마다 시계를 되돌려봅니다. 4명의 이웃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지 벌써 47일입니다.길에서 만난 한 이웃분이 제 손을 잡고 조용히 물으시더군요. “은주 씨, 저기 도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래요? 아무도 말을 안 해주니 답답해서 그래.” 그 물음에 명쾌한 답을 드리지 못하는 제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왜 유족들이 직접 서류를 챙겨야 할까요최근 유족분들이 직접 ‘정보공개 청구’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사고의 원인을 알기 위해 직접 서류를 꾸려야 하는 그분들의 뒷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사고가 나면 원인을 밝..

경산에서 마주한 풍경, 우리 광주의 '특별한 희생'은 어디로 흐르고 있습니까

대구-경산의 지하철과 광주 KTX 예매 전쟁, 그 너머의 불평등을 말하다오늘 경북 경산에 다녀왔습니다.대구와 맞닿은 경산은 우리 광주에서 나주나 화순, 담양을 가는 것만큼이나 가까운 이웃 동네더군요.현장에서 제 눈길을 머물게 한 건 도시와 도시를 실핏줄처럼 잇는 매끄러운 길들이었습니다. 대구에서 경산까지 막힘없이 이어지는 지하철, 그리고 20분에 한 대씩 들어오는 서울행 KTX. 그 촘촘한 길 위에서 사람들은 마치 한 동네처럼 오갔고, 경산은 그 흐름을 자양분 삼아 전국 최대의 대학도시로 피어날 수 있었습니다.그 활기찬 풍경을 보며 마음 한편이 아릿했던 건, 그 길들이 우리 광주의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우리에겐 나주, 화순, 담양이라는 소중한 이웃 도시들이 있지만 그들을 잇는 대중교통망은..

"차 조심, 사람 조심해라" 50대 조카에게 건넨 노수녀님의 당부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조카를 향한 노수녀님의 당부 오늘 경북 경산에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하기 전, 대구에 계신 둘째 이모님을 먼저 뵈었습니다. 일흔다섯의 노수녀님이신데, 쉰이 넘은 조카보다 피부가 더 고우셔서 한참을 바라보았지요.수녀님 눈에는 제가 환갑을 바라보든 정치를 하든, 여전히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처럼 보이시나 봅니다. 헤어질 때 제 손을 꼭 잡으며 몇 번이고 당부하셨습니다."은주야, 차 조심하고, 사람 조심하고, 건강 잘 챙겨라."세상에서 가장 평범하지만, 실은 가장 지키기 어려운 그 세 가지 당부를 마음 한편에 묵직하게 담고 경산으로 향했습니다.어수선한 사무실을 채운 정성스러운 눈빛들경산의 맛집이라는 '온천골'에서 뜨끈한 한우국수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웠습니..

방학이면 월급이 멈추는 사람들, 학교 급식 조리원의 ‘월급 없는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월급이 멈추는 사람들1월 19일,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방학 중이지만 학교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교육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강의실 안은 신나는 율동과 열기로 가득했습니다.잠시 강단에 올라 인사를 건네고 내려왔습니다. 활기찬 분위기였지만, 제 마음 한편은 조금 무거웠습니다. 지금 이분들에게 방학은 마냥 즐거운 휴식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가장 큰 어려움은 당장 끊기는 소득입니다. 학교 급식실에서 아이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조리원들은 학교가 쉬면 월급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일을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 구조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방학에도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월급이 나오는 방학이 되어야 합니다.”이 당연한 요구가 왜 아직도 제자리걸음일까..

손끝은 시려도 마음은 훈훈, 광천동, 동천동 골목길에서 찾은 '사람의 온기'

손끝이 시려도, 마을을 쓸어내면 마음이 놓입니다어제는 장갑을 두 겹이나 꼈는데도 손끝이 알싸했습니다. 1월의 추위가 매섭게 몰아친 날이었지요. 광천동과 동천동 골목길, 이른 아침부터 주민분들과 함께 집게를 들고 나섰습니다."아이구, 이 추운데 고생이네!"입김을 뿜으며 건네주시는 인사 한마디에 얼었던 마음이 금세 녹습니다. 혼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인데, 여럿이 함께 길가를 쓸고 쓰레기를 줍다 보니 어느새 몸에 온기가 돕니다.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이면 기온보다 높은 체온이 만들어진다는 걸, 오늘 또 배웁니다.광천동 골목길을 돌다 보니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마른 나뭇잎들이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정든 집을 떠나야 했던 주민들의 뒷모습 같아 마음이 시큰하더군요. 텅 빈 집들 사이로 찬바람이 지나갈..

쌀도 주고, 사람도 주고... 이제 전기까지 내어줘야 합니까?

며칠전, 무심코 넘기던 뉴스 기사 하나에 시선이 멈췄습니다.정부가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보내기 위해, 서해안에 거대한 송전선로(HVDC)를 까는 계획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건조한 활자로 적힌 문장들을 읽어내려가는데, 제 머릿속에는 뜬금없이 지난 기억 하나가 흑백영화처럼 떠올랐습니다.바로 2024년 가을, 영광의 바닷가입니다.2024년 가을, 홍농에서 마주한 '거대한 빨대'기억하시나요? 24년 가을, 영광 군수 재보궐 선거는 참 치열했습니다.당시 저는 진보당 이석하 후보 선거 지원을 위해 영광에 머물고 있었는데, 하루는 유세 현장을 잠시 떠나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홍농읍의 지인을 만나러 갔습니다.오랜만에 만난 반가움도 잠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제 눈을 붙잡았습니다.서..

"그 마음이 고맙소" 한파 속 보리차 한 잔의 감동

"그 마음이 고맙소" 🍵 한파 속 노인일자리 현장, 화장실 걱정에 물 한 모금도 조심스러워하시는 어르신들께 따뜻한 보리차로 온기를 전하며 마주한 감동의 순간을 기록합니다.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아침입니다. 옷깃을 아무리 여며도 파고드는 찬바람에 몸이 절로 움츠러드는데요. 저는 오늘 아침,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을 뵙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사실 저에게 이 현장은 조금 더 각별합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도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인지 추운 날씨에 밖에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을 뵈면, 남일 같지 않고 꼭 제 부모님을 뵙는 것만 같아 마음이 짠해지곤 합니다. 😊1. 마시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 ❄️영하의 날씨에 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집에서 정성껏 끓인 따뜻한 보리차를..